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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건축영화제 상영작 분석 (형태미, 공간심리, 동선설계)

by cptu 2025. 9. 21.

2025 서울건축영화제 포스터

 

2025년 전 세계 건축영화제에서는 건축의 예술성과 철학을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대거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영화제에서 상영된 주요 작품들을 중심으로, 형태미(디자인), 공간심리(인간과 공간의 관계), 동선설계(건축적 움직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봅니다. 건축을 공부하거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유익한 인사이트가 될 것입니다.


 

형태미를 강조한 건축영화

건축의 ‘형태미’는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건축가의 철학과 기능성까지 반영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2025년 건축영화제에서는 형태미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작은 《Form & Void》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고층 건축물과 콘크리트 구조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수직성과 수평성, 비대칭적 형태를 통해 도시의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카메라는 파사드(façade)의 반복성과 패턴을 극단적으로 강조해, 건축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주체가 되는 독특한 연출을 선보입니다. 또 다른 작품인 《Echo House》는 전통 한옥 구조와 현대 건축 재료를 융합하여 형태의 충돌과 조화를 극적으로 시각화합니다. 기와의 곡선미와 철제 구조물의 직선이 충돌하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의 건축 언어가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형상화한 사례입니다. 형태미 중심의 건축영화는 단순히 ‘예쁜 건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선의 흐름, 구조의 상징성, 재료의 의미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건축의 심층적 미학을 전달합니다.

 

공간심리를 자극하는 건축 연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대변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건축적 공간은 인물의 고립, 성장,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 자주 사용됩니다. 2025년 상영작 중에서도 이런 공간심리를 잘 활용한 작품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The Architect’s Silence》는 소리를 중심 개념으로 삼은 실험적 영화로, 주인공이 느끼는 ‘고요함’이 공간을 통해 형상화됩니다. 빈 방, 넓은 천장, 흡음 구조 등은 청각적 결핍을 시각적 심리 공간으로 변환시키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또한 《A Place of Her Own》은 여성 건축가가 폐가를 리노베이션하면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공간 구조로 드러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개방된 구조로의 전환은 심리적 회복과 자아 찾기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조명, 개구부의 위치, 창의 프레이밍이 모두 인물의 심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공간심리를 반영한 건축영화는 단순히 구조물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드라마의 무대로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동선설계를 활용한 서사 구조

‘동선’은 건축 설계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고려한 공간 배치를 의미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인물의 이동과 카메라 워킹이 동선 설계를 반영하여 서사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2025년 건축영화제에서도 이러한 ‘공간 속 움직임’을 중심으로 연출된 영화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Lines and Lives》는 두 명의 건축가가 설계 철학으로 충돌하며 함께 공공건축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이동 동선과 도면 설계가 서로 병렬적으로 전개되며, 실제 공간 속에서의 움직임과 도면 상의 선(line)이 시각적으로 교차됩니다. 관객은 주인공의 설계과정을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는 다큐멘터리 《Building Human》입니다. 이 영화는 도시의 다양한 사용자 집단이 어떻게 공간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으며, 카메라는 실제 거주자들의 일상적인 동선을 따라가며 건축의 기능성과 사회적 역할을 조명합니다. 특히 공공 도서관, 병원, 커뮤니티센터 같은 공간에서 동선 분석이 설계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선설계를 중심으로 한 영화는 시청각의 흐름과 건축적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공간을 살아있는 구조체로 표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2025년 건축영화제 상영작들은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서, 건축을 하나의 주인공처럼 다룬 예술적 시도들이 돋보였습니다. 형태미, 공간심리, 동선설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영화 속 건축은 이제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축을 공부하거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글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으시길 바랍니다.